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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내가 놓친 결정적 순간

접촉사고 그후 2026. 4. 27. 19:15

지금도 가끔 그 장면이 떠오른다. 아주 짧았던 몇 초. 그때는 그냥 흘려보냈던 순간인데, 돌아보면 그게 전부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고는 그 이후에 일어났지만, 사실은 이미 그 전에 결정이 나 있었던 느낌이다.

사고라는 게 그렇다. 길게 생각할 시간도 없이, 눈 깜빡할 사이에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좁은 길, 애매한 거리, 서로 멈춘 채 눈치만 보던 순간. 그때 나는 확신이 없었다. 갈 수 있는지, 멈춰야 하는지. 그래서 애매하게 서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애매함’이 가장 위험한 상태였다. 사실 실제로 알고보면 애매할 때는 100프로 깔끔한 해결책은 그냥 너 갈길 가라 얼마든지 기다릴게 하고 느긋하게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동시에 스치거나 접촉될 위험이 확 내려간단다!

확인하지 않았던 그 한 가지

돌이켜보면 가장 아쉬운 건 하나다.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상대가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막힌 상태였는지. 지금 멈추는 게 맞는지, 조금 더 붙어도 되는지, 상대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 중 하나라도 물어봤다면, 혹은 조금 더 지켜봤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그냥 느낌으로 판단해버렸다. 그 상황에서 나는 후진을 선택했다. 그게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선택이 오히려 흐름을 깨버렸다. 그리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해를 불렀고 내 의도가 왜곡되기에 이르렀다.

“틀린 선택이 아니라, 확인 없는 선택이었다.”

 

이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틀렸다기보다, 너무 급했다. 그리고 그 급함이 이후의 모든 상황을 끌고 갔다.

감정이 판단을 앞질렀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무서움도 있었다. 차가 너무 가까이 붙었고, 공간은 좁았고,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러다 보니 판단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였다. 조금만 더 침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도 든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이미 여유가 없는 상태였다.

결국 내가 놓친 건 기술적인 판단이 아니었다. 아주 짧은 여유였다. 한 템포 늦추고, 한 번 더 보고, 한마디라도 건네는 그 여유.

그 몇 초의 여유가 있었더라면, 상황은 훨씬 단순하게 끝났을 가능성이 크다. 나의 본심이자 내가 행동하려던 의도라든지 이런 것들을 상대가 공격을 할까봐 모르게 하려고 하다보면 상대는 끝내 그 의도를 모르고 내 본심과 다르게 왜곡하고 악의적으로 해석하게 되는 비극에 이를 수도.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이후로 비슷한 상황을 몇 번 더 겪었다. 그때마다 일부러 속도를 늦추고, 애매하면 먼저 확인하려고 한다. 괜히 급하게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 신기하게도, 그렇게만 해도 대부분의 상황이 훨씬 쉽게 풀린다. 결국 중요한 건 기술보다 타이밍, 그리고 그 타이밍을 버틸 수 있는 마음이었다.

사고는 한 번 지나가면 끝난다. 하지만 그때 놓친 순간은 계속 남는다. 그래서 요즘은 그 몇 초를 더 신경 쓰게 된다. 어쩌면 사고를 피하는 방법은, 그 짧은 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고가 났던 과거의 기억 속에 빠져들기보다 그 사고로 인해 그 이후 비슷한 상황과 마주했을 때 그 사고에서 얻은 자극으로 인해 내가 무사히 피할 수 있는 사고들을, 내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이나 메리트를 생각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닐까!

 

사고 당시 내가 놓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