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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와 다르게 움직였었다 유독 그당시에만

접촉사고 그후 2026. 4. 12. 15:25

운전을 오래 하다 보면 나름의 기준이 생긴다. 어디서는 양보하고, 어디서는 버티고, 어떤 상황에서는 가만히 있는 게 낫다는 식의 감각 같은 것.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그 감각을 무시했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고, 하루 전체가 좀 어긋나 있던 날이었다. 그런 날은 꼭 이상한 선택을 하게 된다. 평소라면 그냥 기다렸을 상황에서, 괜히 먼저 움직였다.

좁은 골목, 애매한 거리

문제의 상황은 좁은 골목길이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차와 내가 올라가던 상황. 서로 딱 마주쳤는데, 거리도 애매하고 각도도 애매했다.

그 차는 아주 천천히 내 쪽으로 붙어왔다. 거의 스치듯이. 그걸 보면서 나는 속으로 단정 지었다. “이건 못 지나간다.”

사실 확신은 없었다. 그냥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느낌 하나로 나는 결정을 해버렸다.

나는 후진을 했다. 그 순간에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빨리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고, 괜히 더 부딪힐까 봐 겁도 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후진을 하고 나니까 상황이 더 꼬이기 시작했다. 상대는 창문을 내리고 말을 던졌고, 분위기는 금방 싸늘해졌다.

“왜 움직이셨어요?”

 

그 말 한마디에 머리가 멈춘 느낌이었다. 그때 처음 들었던 생각이 이거였다. “아… 괜히 움직였나?”

사고보다 더 크게 남은 감정

사실 사고 자체는 크지 않았다. 흔히 말하는 접촉 수준. 보험 처리로 충분히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고가 아니었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한 선택이었다.

그 이후로 계속 생각이 맴돌았다.

  • 가만히 있었으면 어땠을까
  • 상대가 그냥 지나갔을까
  • 내가 먼저 움직인 게 문제였나

이 질문들이 계속 머릿속을 떠돌았다. 사고는 금방 끝났는데, 생각은 끝나질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보인 것들

그 이후로 비슷한 상황을 몇 번 더 겪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운전하다 보면 비슷한 구조의 골목을 또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유심히 봤다. 과연 저 상황에서 차가 지나갈 수 있는지.

결과는 의외였다. 생각보다 많은 차들이 그냥 지나갔다. 조금 아슬아슬하긴 해도, 충분히 가능한 거리였다.

그걸 몇 번 보고 나니까 확신이 들었다. 그날 나는,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는 걸.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나와 같이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이미 공격하는 상태에서 끝나거나 합의하게 된 경우라면 더더욱 말해주고 싶다. 화가 난 상대방은 최대한 본인을 방어하거나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이야기할 게 뻔하다 사실. 그러니까 만약에 정확한 증거나 영상이 없이 상대방이 목소리만 볼륨만 크게 높이면서 쌍욕을 하든 별 지랄을 다 떨어대는 찌질한 방식으로 돈을 뜯어내려 했고 그딴 더러븐 방식으로 결론이 났다면 상대 앞에서 비굴하게 굽힐 필요는 없다는 걸 얘기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를 계속 타다보면 분명히 느껴지는게 머냐면 반드시 그 비슷한 각도나 위치, 속도 등등 그런 같은 상황이 또 찾아오게 된다. 그 때 알게 되는 일이 사실 많으니까 비굴하게 모욕을 당하기 싫다면 굳이 상대한테 꿀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내가 후회한 선택의 본질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후회한 건 ‘후진’ 자체가 아니다. 확신도 없이 움직였다는 점이다.

나는 그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불안해서 움직였다. 그리고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확실히 알고 움직였으면 후회가 덜했을 텐데, 그게 아니라는 게 계속 마음에 남았다.

지금 같은 상황이 온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할 거다.

 

1. 먼저 상황을 끝까지 본다

2. 상대의 움직임을 확인한다

3. 확실할 때만 움직인다

 

그리고 정말 애매하다면, 그냥 한마디 물어볼 것 같다. “지나가실 수 있나요?”

그 한마디면 끝날 일을, 그때는 괜히 혼자 판단하고 혼자 움직였다. 적어도 나한테 의문이 남는 사고 상황이라면 만에 하나 다음에도 이런 경우가 있거나 그렇다면 일단 최대한 내가 선수칠 것 같다. 남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처음부타 대화의 방향을 내가 정하는 거다. 그리고 남이 나에게 공격적인 말을 하거나 모욕이나 비방을 하지 않도록 주제의 방향을 딱 내가 정한 상태에서 내가 이야기를 주도하는 거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속좁거나 더러운 비방을 가급적이면 최대한 피하는 꽤나 지혜롭고 현명한 대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운전 중 가장 후회 없는 선택

이 경험 이후로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됐다.

운전에서는 ‘불안해서 하는 선택’이 가장 위험하다.

급해서, 겁나서, 애매해서 하는 판단은 대부분 후회로 남는다. 반대로 조금 느리더라도, 확실하게 확인하고 움직이면 마음이 훨씬 편하다.

그날의 접촉사고는 크지 않았지만, 내 운전 습관을 바꾸기에는 충분했다. 지금도 가끔 그 장면이 떠오르지만, 예전처럼 후회만 남진 않는다.

대신 이런 생각이 든다.

“다음엔, 확실할 때만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