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도 그 선택 하나가 참 아쉽다. 평소 같으면 절대 안 들어갈 길이었다. 큰 도로만 타는 편이라 골목길은 일부러 피하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내비게이션을 켰고, 그 내비가 나를 아주 좁은 골목으로 안내했다. 양옆은 차로 꽉 막혀 있고, 사람 하나 지나가기도 애매한 폭. 거기에 경사까지 있는 길이었다. 들어가면서도 느낌이 좀 싸했다. “아… 괜히 들어왔나?” 싶은 그런 느낌.
정면으로 마주친 그 순간
올라가던 중이었다. 위에서 내려오는 차 한 대랑 딱 마주쳤다.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서로 피할 공간도 애매했고, 멈춰 서 있는 상태에서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그 차는 내 쪽으로 조금씩 붙으면서 내려왔다. 아주 천천히. 거의 스치듯이. 나는 그걸 보고 “아, 이건 못 지나간다”라고 판단했다. 솔직히 말하면 겁도 좀 났다. 몇 cm 차이로 붙어오는 느낌이니까.
그래서 나는 별 생각 없이 후진을 해버렸다.

말 한마디로 분위기가 뒤집혔다
차가 멈추고 창문이 내려오자마자 들린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운전 미숙이세요?”
그 한마디가 기름을 부은 느낌이었다. 순간 머리가 확 뜨거워졌다. 나도 모르게 말이 나가고, 상대도 더 세게 나오고, 결국 상황은 금방 감정 싸움으로 번졌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고 자체보다 그 대화가 더 크게 남는다. 사람 말투 하나가 상황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그날 그 골목에서 나는 사고보다 사람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놓쳐버린 결정적인 한 가지
사실 그 상황에서 내가 제일 궁금했던 게 있었다. “저 차, 진짜 지나갈 수 있었던 건가?”
그걸 물어봤어야 했다. 그런데 못 물어봤다. 괜히 더 무시당할 것 같아서, 더 싸움이 커질 것 같아서 그냥 입을 닫아버렸다. 그게 제일 큰 실수였다.
-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 내가 왜 움직였어야 했는지
- 상대 판단은 무엇이었는지
이걸 확인하지 못한 채 상황이 끝나버렸다. 사고는 끝났는데, 내 머릿속은 끝나지 않았다.

사고는 끝났는데 생각은 계속 남는다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그 장면이 반복됐다. “내가 가만히 있었어야 했나?” “괜히 움직여서 그런 건가?” 이런 생각들이 계속 머리를 맴돌았다.
신기하게도 사람은 사고보다 ‘이해 안 되는 상황’을 더 오래 끌고 간다. 몸은 멀쩡한데, 머릿속이 계속 시끄러운 느낌. 그게 은근히 오래 간다. 세상에는 수많은 유형의 사고들이 있겠지만 내가 사고가 막상 났을 때 그 사고의 성격이 나에게 의문이나 의구심이 남는 유형이라면 무조건이다. 최대한 아주 최대한 상대가 먼저 감정적으로 치고 들어오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버리는 거다. 먼저 괴상하거나 요상한 쓰레기같은 말을 쏟아내뱉기 전에 의문이 남는 그 말을 처음부터 탁 치고 들어가면서 물어보는 거지. 그러면 상대는 그 말에 대답하기 위해 전력으로 노력할 것이고 문제가 되는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진짜 상황
그 이후로 비슷한 상황을 몇 번 더 겪었다. 똑같이 좁은 골목, 비슷한 각도, 비슷한 거리. 근데 놀랍게도 차들이 그냥 지나가더라.
그걸 몇 번 보고 나서야 확신이 들었다. 그날, 나는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는 걸.
그걸 깨닫는 순간 기분이 묘했다. 억울함이 조금 풀리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허무했다. 그 몇 초의 판단 때문에 괜한 감정 싸움까지 겪었다는 게.

좁은 골목길 접촉사고에서 내가 느낀 건 딱 하나다.
모르면, 그 자리에서 꼭 확인해야 한다.
괜히 분위기에 눌려서, 괜히 상대 눈치 보다가 아무것도 묻지 못하면 결국 손해는 내가 본다. 사고보다 더 오래 남는 건 ‘남겨진 의문’이다.
지금도 가끔 그 골목길이 떠오른다. 근데 예전처럼 화가 나진 않는다. 대신 이런 생각은 든다.
“다음엔, 무조건 물어본다.”